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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대륙마다 중앙지부를 두고도 서너 군데의 지부를 더 두고 있다는 그 기관에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찾을 수 있다는 간절한 믿음을 가지고, 깊은 숲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오세요. 절대 이 전단지를 손에서 놓지 마세요! 사람은 여럿인데 전단지가 한 장 뿐이라면 남은 손으로는 동행인의 손을 잡으세요.' 가 전부였으니까요.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뜬 구름 잡는 소리라니, 독자들의 신뢰를 사기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국가 전역의 숲이란 숲은 이미 정체 모를 식물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산책로는 커녕 흙 몇 줌조차 보이지 않는 지역인걸요.

 그러나 당신, 혹은 당신의 보호자는 이 말도 안 되는 전단지를 보고 근처의 숲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살아남아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죠. 이유야 어찌 되었든, 발을 들인 숲은 빼곡한 풀숲과 나무로 막혀 있어 바람조차 제대로 불지 않습니다. 두꺼운 지붕과도 같은 나뭇잎 사이 바늘 구멍만한 틈으로 연녹색 햇빛이 드문드문 내려와 겨우 앞을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방향도, 남은 거리도 알지 못 한 채로 얼마나 걸었던가요? 공기 중에 약하게 달콤한 향기가 감돕니다. 이 세대에 나고 자란 당신은 달다는 감각을 처음 느껴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단 맛이 귀하거든요.

 

 한 손에 전단지를 쥐고 더 나아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차츰 밝아집니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종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이 한 데 뒤엉킨 풀숲도 그 키가 부쩍 낮아졌습니다. 지겹도록 울창하던 숲이 끝나가는 것입니다.

 눈 앞에 선 거대한 하얀 건축물은 같은 색과 재질의 둥글고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구석구석에는 작은 창문들이 저 꼭대기까지 나 있고, 꺾어 올려다보던 고개를 슬쩍 내려 앞을 보면 벽에 문과 인터폰이 달려 있네요. 지금껏 봐온 모든 건물들은 풀과 덩굴과 이끼가 집어 삼킨지 오래인데 이 곳만은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멀쩡합니다. 당신, 혹은 당신의 동행인은 두드려봐야 충격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문을 두고 인터폰에 달린 초인종을 누릅니다. 적어도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멀쩡히 작동하는 기계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어쩐지 될 것만 같았습니다.

달칵, 버튼이 눌리며 스피커 너머에서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짧은 침묵 끝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어서 오세요, 후세대 보호관리국 유럽 중앙지부입니다. '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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